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심장이 터질 듯이 두근거리고, 숨이 턱 막혀와 "이대로 죽을 것 같다"는 극심한 공포를 느낀 적이 있는가? 예전에는 연예인들이나 겪는 병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치열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직장인, 수험생, 가정주부 등 일반인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바로 '공황장애'다.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병이 아니라, 뇌의 경보 시스템이 고장 나서 발생하는 '뇌 질환'인 공황장애. 그 증상과 치료법, 그리고 갑자기 공황 발작이 왔을 때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공황장애란? (죽을 것 같은 공포)
공황장애는 특별한 위협이 없는 평범한 상황에서 갑자기 극도의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는 '공황 발작(Panic Attack)'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우리 몸에는 위험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교감 신경을 흥분시키는 비상 경보 시스템이 있다. 공황장애는 이 시스템이 고장 나서,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지하철을 타고 가는 평온한 상황에서도 마치 맹수를 만난 것처럼 오작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환자들은 "당장이라도 미치거나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낀다고 호소한다.

나도 혹시? 주요 증상 체크리스트
다음 증상 중 4가지 이상이 갑자기 나타나서 10분 이내에 최고조에 달한다면 공황 발작을 의심해야 한다.
1. 심장이 두근거리고 맥박이 빨라진다.
2. 식은땀이 나고 몸이 떨린다.
3 .숨이 가쁘거나 막히는 느낌(질식감)이 든다.
4. 가슴이 아프거나 답답하다.
5. 토할 것 같거나 복부 불편감이 있다.
6. 현기증이 나거나 쓰러질 것 같다.
7. 주변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거나 내가 분리된 느낌이다.
8. 자제력을 잃거나 미쳐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든다.
9.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낀다.
10. 손발이 저리거나 감각이 마비된다.
이러한 발작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또 그러면 어떡하지?" 하는 '예기 불안' 때문에 일상생활(운전, 대중교통 이용, 외출 등)에 지장을 받는다면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약물 치료와 인지 행동 치료
공황장애는 '불치병'이 아니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70~90%는 완치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호전된다. 약물 치료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이다.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같은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사용한다. 약을 먹으면 뇌의 신경 전달 물질 불균형이 교정되어 증상이 사라진다. "정신과 약은 중독된다"는 오해 때문에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문의 처방에 따르면 의존성 없이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다. 또 다른 치료로는 인지 행동 치료(CBT)가 있다. 사소한 신체 감각(가슴 두근거림 등)을 "죽는 병"으로 확대 해석하는 잘못된 생각을 교정하는 훈련이다. 공포를 느끼는 상황에 단계적으로 노출시켜 무뎌지게 만드는 연습을 한다.
응급 대처법: 봉투 호흡법과 이완 요법
갑자기 공황 발작이 찾아왔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죽지 않는다. 이 증상은 곧 지나간다"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것이다. 실제로 공황 발작으로 죽는 사람은 없다. 과호흡(숨을 너무 가쁘게 쉬어 어지러운 증상)이 왔다면 비닐봉지나 종이봉투를 입과 코에 대고 내뱉은 숨을 다시 들이마시는 '봉투 호흡법'이 도움이 된다.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여 호흡을 진정시킨다.) 하지만 최근에는 봉투보다는 '복식 호흡'을 더 권장한다. "하나, 둘, 셋"을 세며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하나, 둘, 셋, 넷"을 세며 더 천천히 내뱉는 것에만 집중하면 교감 신경이 가라앉으며 증상이 완화된다.
결론
공황장애는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온 당신의 뇌가 "이제 좀 쉬자"라고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 부끄러워하거나 숨길 병이 아니다. 감기에 걸리면 내과에 가듯이, 마음이 아프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야 한다. 적절한 휴식과 치료가 병행된다면, 당신은 분명 다시 평온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