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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V), 긁을 때마다 돈을 버는 꿈의 비지니스

by 나스다기 2026. 1. 10.

현금이 사라진 세상, 그 거대한 흐름의 지배자

 출근길을 한번 떠올려보세요. 붐비는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할 때, 점심 식사 후 키오스크에서 커피를 주문할 때, 그리고 퇴근길 편의점에 들러 맥주 한 캔을 살 때. 여러분의 손에는 무엇이 들려 있었나요? 아마도 두툼한 현금 지갑보다는 얇은 플라스틱 카드 한 장, 혹은 그마저도 없이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계셨을 겁니다. 우리는 이제 지갑 속에 현금이 없어도 전혀 불안하지 않은 세상, 아니 오히려 현금을 내미는 것이 더 어색해진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의 한복판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전 세계 어디를 가나 마주치는 로고가 있습니다. 파란색과 금색이 어우러진, 신뢰의 상징 'VISA'. 많은 분들이 비자를 단순히 카드를 발급해 주는 회사 정도로 생각하지만, 사실 이 기업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거대한 시스템으로 세계 경제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은행은 금리가 오르면 울고 내리면 웃지만, 이 기업은 경기가 좋든 나쁘든 우리가 '소비'라는 행위를 멈추지 않는 한 영원히 수익을 냅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전 세계 결제 네트워크를 장악한 '디지털 통행료 징수원', 비자(Visa Inc.)가 어떻게 은행도 아니면서 금융 제국을 건설했는지 그 비밀을 낱낱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VISA

리스크 없는 완벽한 수익 구조

 비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흔히 하는 오해부터 풀어야 합니다. "비자는 카드 회사니까 내가 돈을 안 갚으면 비자가 손해를 보겠지?"라는 생각,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틀렸습니다. 비자는 은행이 아닙니다. 우리가 카드를 긁고 나중에 갚아야 할 돈, 즉 신용공여를 제공하는 곳은 '카드 발급사(Issuer)', 주로 신한, 삼성, 현대카드 같은 은행이나 전업 카드사입니다. 만약 고객이 연체를 하거나 파산한다면 그 손실(Credit Risk)은 오로지 은행이 떠안습니다. 그렇다면 비자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걸까요? 비자는 은행(발급사)과 가맹점(매입사), 그리고 소비자 사이를 연결하는 '결제 네트워크망(VisaNet)'을 제공하는 기업입니다. 이를 아주 쉽게 '금융 고속도로'에 비유해 보겠습니다. 은행은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신용카드 상품)를 만들어 파는 제조사입니다. 소비자는 그 자동차를 타고 목적지(결제)로 향하는 운전자입니다. 그렇다면 비자(Visa)는? 고속도로를 깔아놓고, 톨게이트에 앉아 지나가는 차마다 통행료(수수료)를 받는 징수원입니다. 이 비즈니스 모델이 '꿈의 비즈니스'라고 불리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첫째, 재고가 없습니다. 물건을 만들어 팔 필요가 없으니 원가 부담이 적습니다. 둘째, 리스크가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연체 리스크는 은행 몫입니다. 비자는 결제 승인이 떨어지는 그 0.1초 사이에 수수료를 챙깁니다. 셋째, 마진율이 압도적입니다. 도로는 한번 깔아두면 유지 보수 비용 외엔 큰 돈이 들지 않습니다. 덕분에 비자는 제조업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50~6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매 분기 기록합니다. 우리가 해외여행을 가서 낯선 식당에서 밥을 먹고 카드를 긁는 순간, 비자는 환전 수수료와 데이터 처리 수수료를 동시에 벌어들입니다. 여러분이 "결제되었습니다"라는 알림을 듣는 그 순간, 비자의 금고에는 짤랑하고 동전이 쌓이는 셈이죠.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네트워크 효과'의 철옹성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은 "경제적 해자(Moat)가 있는 기업에 투자하라"고 했습니다. 성을 보호하는 깊은 연못처럼, 경쟁자가 쉽게 침범할 수 없는 진입 장벽을 뜻합니다. 비자가 가진 해자는 전 세계 기업을 통틀어 가장 깊고 넓습니다. 바로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 때문입니다. 만약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거대 IT 기업이 "우리도 비자 같은 결제망을 만들래!"라고 덤빈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이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결제 사업은 전형적인 '닭과 달걀의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입장은 "내 카드를 받아주는 가게(가맹점)가 없는데 이 카드를 왜 써?"이면, 가맹점의 입장은 "그 카드를 쓰는 손님이 없는데 비싼 결제 단말기를 왜 설치해?"가 됩니다.이 딜레마를 뚫기 위해서는 전 세계 200여 개국, 수천만 개의 가맹점, 그리고 수십억 명의 사용자를 '동시에' 확보해야 합니다. 비자는 지난 60여 년간 이 거대한 생태계를 이미 완성했습니다. 현재 비자 카드는 전 세계적으로 40억 장 이상이 발급되어 있으며, 1억 개에 달하는 가맹점에서 사용됩니다. 사용자가 많으니 가맹점이 늘어나고, 가맹점이 늘어나니 사용자가 더 몰리는 강력한 선순환 구조가 구축된 것입니다. 경쟁자인 마스터카드(Mastercard)와 함께 형성한 이 복점 체제(Duopoly)는 단순한 시장 지배를 넘어, 이제는 '글로벌 금융 공공재'의 위치에 올랐습니다. 각국 중앙은행조차 비자의 시스템 없이는 국경 간 자금 이동이 불편할 정도니, 이들이 구축한 인프라를 대체한다는 것은 전 세계 금융망을 뜯어고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VISA

핀테크, AI, 그리고 B2B - 확장의 끝은 어디인가

 일각에서는 이런 우려를 제기하기도 합니다. "핀테크가 발달하고, 애플페이 같은 간편결제가 뜨면 비자는 위태로운 거 아닌가요?"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가 나오면 중개자인 비자는 필요 없어지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 이는 비자의 유연성과 확장성을 간과한 시선입니다.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 비자는 오히려 날개를 달고 있습니다. 첫째, 핀테크와의 공생입니다. 여러분이 애플페이나 삼성페이에 카드를 등록할 때를 떠올려보세요. 결국 기존에 가지고 있던 비자(또는 마스터) 카드의 번호를 입력해야 합니다. 페이 서비스는 지갑을 대체하는 '인터페이스(껍데기)'일 뿐, 그 뒤에서 실제 돈이 오가는 '파이프라인'은 여전히 비자의망을 사용합니다. 오히려 간편결제로 인해 지갑을 꺼내는 번거로움이 사라지면서, 소액 결제 빈도(Q)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비자의 매출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둘째, 단순 결제를 넘어선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의 진화입니다. 비자는 이제 단순히 결제만 중개하지 않습니다. 2026년 현재, 비자는 방대한 결제 데이터를 AI(인공지능)로 분석하여 사기 거래를 탐지하는 보안 솔루션, 마케팅 컨설팅 등 '부가가치 서비스(Value Added Services)'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결제 수수료보다 이 데이터 기반 서비스의 성장세가 더 가파르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포인트입니다. 셋째, 미지의 영역 'B2B 시장' 개척입니다. 우리가 쓰는 카드 결제(B2C)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 간 거래(B2B), 정부 간 거래(G2G) 시장은 여전히 현금이나 송금, 수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자는 '비자 B2B 커넥트' 같은 혁신적인 망을 통해 수일이 걸리던 기업 간 해외 송금을 실시간으로 처리하며, 수천조 원 규모의 B2B 시장을 디지털로 전환시키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비자의 다음 10년을 책임질 거대한 먹거리입니다. 넷째, 암호화폐 생태계의 포용입니다. 비자는 블록체인을 적으로 돌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스테이블코인(USDC)을 이용한 결제 정산 시스템을 도입하고, 코인 거래소와 제휴해 암호화폐를 실물 경제에서 쓸 수 있는 카드를 내놓았습니다.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Bridge)' 역할을 선점함으로써, 화폐의 형태가 어떻게 변하든 비자는 그 중심에 서 있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입니다.

비자의 통행료 징수는 계속된다

 비자(Visa Inc.)를 분석하며 제가 느낀 점은, 이 기업이 단순한 금융 서비스 회사가 아니라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필수 인프라'라는 사실입니다. 마치 우리가 숨 쉬는 공기나 마시는 물처럼, 비자의 네트워크는 우리 경제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에도 지구 반대편 뉴욕에서는 누군가가 비자 카드로 모닝커피를 결제하고, 런던의 기업가는 비자 망을 통해 거래처에 대금을 송금합니다.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오르면 결제 금액이 커져서 수수료가 늘어나고, 기술이 발전하여 결제가 쉬워지면 결제 횟수가 늘어나 돈을 봅니다. 여행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카드를 내미는 순간, 혹은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내일 입을 옷을 주문하는 그 편안한 순간에 한 번쯤 떠올려 보세요. "아, 내가 소비하는 이 즐거운 순간에도 비자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통행료를 징수하고 있구나." 변동성이 큰 주식 시장에서 밤잠을 설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전 세계인의 소비가 멈추지 않는 한 영원히 돌아갈 이 거대한 '돈의 물레방아'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비자는 단순한 종목이 아니라, 세계 경제가 돌아가게 만드는 심장이자 혈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