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옷을 입기가 두려운 사람들이 있다. 어깨 위에 하얗게 내려앉은 비듬 때문이다. 머리를 안 감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하루에 두 번씩 감아도 조금만 지나면 머리가 떡지고, 두피가 빨개지며 미친 듯이 가려워 피가 날 때까지 긁게 된다. 단순한 비듬인 줄 알고 방치했다가 탈모까지 이어지는 지독한 피부 질환, '지루성 두피염'. 평생 달고 살아야 한다는 이 난치성 질환의 원인과 가려움에서 해방되는 관리법을 공개한다.
"머리 잘 감는데 왜 생겨요?" (원인)
지루성 두피염은 피지 분비가 많은 부위(머리, 얼굴, 겨드랑이)에 생기는 습진의 일종이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크게 3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첫번째 원인은 과도한 피지다. 유전적으로 피지 분비가 왕성한 사람에게 잘 생긴다. 두번째는 곰팡이균(말라세지아)이다. 두피의 피지를 먹고 사는 곰팡이균이 과도하게 증식하면서 염증과 각질을 유발한다. 세번째는 면역력이 저하되었을 경우이다. 스트레스, 수면 부족, 기름진 식습관 등으로 면역계가 교란되면 증상이 악화된다.

단순 비듬 vs 지루성 두피염 차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단순 건성 비듬은 두피가 건조해서 생기는 하얗고 고운 입자의 각질이다. 가려움이 심하지 않다. 하지만 지루성 두피염은 두피가 붉고, 노랗고 끈적한 비듬(떡비듬)이 생긴다. 진물이 나거나 딱지가 앉으며, 참을 수 없는 가려움과 통증을 동반한다. 심하면 모낭이 녹아내려 영구적인 탈모로 이어진다.
약국 샴푸, 제대로 쓰고 있나요? (니조랄 등)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원인균인 곰팡이를 억제하는 '항진균제 샴푸'를 쓰는 것이다. 약국에서 파는 니조랄, 노비프록스 등이 대표적이다. 샴푸를 사용하는 꿀팁은 일단 일반 샴푸처럼 문지르고 바로 헹구면 효과가 없다. 거품을 내어 두피 마사지를 한 뒤, 약 성분이 스며들도록 3~5분간 방치했다가 헹궈야 한다. 향진균제 샴푸는 일주일에 2~3회만 사용한다. 너무 자주 쓰면 내성이 생기거나 모발이 뻣뻣해질 수 있다. 증상이 나아지면 사용을 줄인다.

'찬 바람'만이 살길이다 (생활 습관)
아무리 좋은 약을 써도 생활 습관이 엉망이면 100% 재발한다. 따라서 좋은 생활 습관 중 하나는 무조건 찬 바람으로 건조시키는 것이다. 곰팡이균은 습하고 따뜻한 환경을 좋아한다. 머리를 감고 나서 젖은 채로 두거나 뜨거운 드라이어 바람을 쐬는 건 최악이다. 반드시 찬 바람으로 두피 속까지 바짝 말려야 한다. 다음은 저녁에 샴푸를 하는 것이다. 하루 종일 쌓인 피지와 먼지를 씻어내고 자야 두피가 재생된다. 또 중요한 습관은 최대한 머리에 손대지 않기다. 가렵다고 손톱으로 긁으면 2차 세균 감염이 생겨 고름이 나온다. 정 가려우면 손끝으로 꾹꾹 눌러주거나 얼음찜질을 하자.
결론
지루성 두피염은 '완치'보다는 '관리'하는 병이다. 컨디션이 좋으면 사라졌다가, 밤새 술을 마시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귀신같이 재발한다. 하지만 전용 샴푸를 적절히 쓰고 두피를 잘 말리기만 해도 가려움의 90%는 잡을 수 있다. 긁지 말고, 씻고, 말리자. 당신의 어깨가 다시 깨끗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