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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 인사이트

존 디어(DE), 식탁을 지키는 AI 로봇

by 나스다기 2026. 1. 19.

농부는 사라져도 농사는 계속되어야 한다

 기후 변화로 인해 식량난이 현실적인 공포로 다가오는 시대, 우리는 매우 불편한 진실 하나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바로 '농사를 지을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농촌의 고령화와 인력난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의 팜벨트(Farm Belt), 유럽의 곡창지대, 심지어 거대 농업 국가인 브라질에서조차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나고, 광활한 대지를 경작할 숙련된 인력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구의 인구는 80억 명을 넘어 계속 증가하고 있죠. 농부는 줄어드는데 먹여 살려야 할 입은 늘어나는 이 구조적인 위기 상황, 여기서 존 디어의 진정한 가치가 드러납니다. 그들은 단순히 더 힘세고 튼튼한 기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 없이도 24시간 돌아가는 농장'을 현실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존 디어는 180년이 넘은 '굴뚝 산업' 기업이 어떻게 AI와 로보틱스로 무장한 '하이테크 기업'으로 진화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완벽한 예시입니다.

존 디어, 식탁을 지키는 AI 로봇

운전석이 비어있는 트랙터, 흙 위의 자율주행 혁명

 많은 투자자분이 "농기계에 무슨 대단한 기술이 있겠어?"라고 반문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존 디어가 보유한 자율주행 기술은 도로 위의 테슬라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통제된 환경인 농지에서는 더 완벽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죠. 존 디어의 최신 트랙터 운전석은 비어 있습니다. 운전대 대신 수십 개의 스테레오 카메라와 LiDAR(라이다), 그리고 고성능 AI 프로세서가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이 거대한 로봇은 흙먼지가 앞을 가리는 악천후 속에서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2.5cm의 오차 범위 내에서 정확하게 움직입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엄청납니다. 과거엔 해가 지면 농사일을 멈춰야 했지만, 이제는 농부가 잠든 사이에도 기계가 밤새 밭을 갈고 씨를 뿌립니다. 노동 시간의 한계를 기술로 완전히 삭제해버린 것입니다. 제가 존 디어의 기술 중 가장 감탄하는 것이 바로 '씨 앤 스프레이'입니다. 트랙터 붐대에 달린 고해상도 카메라들은 초당 수백 장의 사진을 찍으며, 밭에 있는 식물이 '작물'인지 '잡초'인지를 실시간으로 판별합니다. 예전에는 밭 전체에 무차별적으로 제초제를 뿌렸습니다. 하지만 이 기술 덕분에 AI가 잡초만 콕 집어내어 마치 저격수처럼 제초제를 분사합니다. 이를 통해 농약 사용량을 최대70~80%까지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농부 입장에서는 막대한 비용을 절감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화학 물질이 덜 들어간 건강한 농작물을 얻게 되는, 그야말로 '윈-윈(Win-Win)' 기술인 셈입니다. 이것이 바로 존 디어가 추구하는 '정밀 농업(Precision Agriculture)'의 결정체입니다.

농기계의 애플, 하드웨어를 넘어선 구독 경제

 존 디어를 단순히 '트랙터 파는 회사'로 정의한다면, 이 기업의 주가와 가치를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주식 시장에서 전문가들이 존 디어를 '농업계의 애플(Apple)'이라고 부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 농부들에게 존 디어의 초록색 트랙터와 사슴 로고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자부심이자 유산(Legacy)입니다. 할아버지가 쓰던 브랜드를 아버지가 쓰고, 다시 손자가 물려받아 씁니다. 트랙터 한 대 가격이 수억 원을 호가하지만, 농부들은 다른 브랜드로 갈아타지 않습니다. 아이폰 유저가 계속 아이폰만 쓰듯이 말이죠. 이 강력한 브랜드 충성도는 경쟁사가 넘볼 수 없는 진입 장벽, 즉 탄탄한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투자 포인트의 핵심입니다. 존 디어는 기계를 판 뒤 거래를 끝내지 않습니다. 전 세계 밭을 누비는 트랙터들이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토양 상태, 습도, 작물 생육 정보, 날씨 등)를 클라우드로 모아 농부들에게 제공합니다. 농부들은 이제 트랙터 핸들 대신 태블릿 PC를 들고 '존 디어 오퍼레이션 센터(Operations Center)' 앱을 켭니다. 그리고 구독료를 내고 AI가 분석해 준 데이터를 바탕으로 파종 시기와 비료 양을 결정합니다. 기계 판매 수익은 일회성이지만, 이 데이터 구독 모델은 매달, 매년 들어오는 지속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어냅니다. 존 디어는 이제 거대한 하드웨어 제조사를 넘어, 고마진의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했습니다.

기후 위기와 식량 안보, 그 최전선의 구원투수

 앞으로의 10년, 존 디어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할 것입니다. 그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마주한 미래가 꽤 어둡기 때문입니다. 이상 기후가 빈번해지면서 농사는 점점 더 '도박'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가뭄과 홍수 속에서, 과거처럼 농부의 '감'에 의존하는 농업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철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물 한 방울을 아끼고, 비료 한 톨을 최적화하여 극한의 환경에서도 수확량을 뽑아내는 스마트 팜 기술만이 기후 위기를 돌파할 열쇠입니다. 존 디어의 솔루션은 이제 농부들에게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필수재'가 되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그리고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는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식량'이 곧 국가를 위협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요. 식량 자급률을 높이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은 이제 국가 안보와 직결됩니다. 최소한의 인력으로 최대한의 식량을, 가장 효율적으로 생산해내는 존 디어의 기술은 전 세계 정부와 농업 기업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전략 자산입니다. 존 디어는 단순한 상업적 기업을 넘어 '글로벌 식량 안보의 수호자'로서 그 위상이 재평가될 것입니다. 또한, 전기 트랙터로의 전환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ESG 경영의 선두 주자로서도 주목받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결론

 지금까지 '농업계의 테슬라', 존 디어(Deere & Company)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보았습니다. 누군가는 농업을 낡고 오래된 사양 산업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흙에서 멀어질수록 인류는 흙의 소중함을 깨닫게 됩니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먹거리는 반드시 필요하고, 그 먹거리를 생산하는 방식은 시대에 맞춰 끊임없이 진화해야만 합니다. 존 디어는 그 진화의 최정점에 서 있는 기업입니다. 겉모습은 투박한 기계 덩어리일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자율주행 기술이 집약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땅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데이터를 채굴하는 회사입니다. "결국 존 디어는 단순한 농기구 회사가 아닙니다. 80억 인류의 생존(먹거리)을 책임지는 하이테크 기업이자, 척박한 땅에서 미래의 가능성을 경작하는 혁신가입니다."